[심층분석] 제2의 버진오빗? 위기의 아스트라 스페이스

  • 기사입력 2023.12.18 16:09
  • 기자명 박시수 우주산업 전문기자

 

[산경투데이 = 박시수 우주산업 전문기자]

민간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스타트업들이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넘쳐나던 자금을 끌어들여 빠르게 성장하는 전략을 택했던 기업들이 이제 매출과 수익성으로 가치를 증명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최근 수 년간 새로운 성장 분야로 주목받은 우주 스타트업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소형 발사체를 이용해 위성을 저렴하게 발사한다는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던 아스트라(Astra)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금 위기에 빠졌다.

2021년 상장 후 26억 달러까지 갔던 기업가치는 2023년 12월 2,500만 달러 밑으로 내려앉았다. 주가는 1달러 안팎 수준으로 거래되어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다.

자금난 때문에 지난 8월 전체 인원의 25%를 정리해고하는 구조조정을 실시하였고, 9월에는 6,500만 달러 규모의 신규 자금 유치를 위해 기존 주식을 15:1로 병합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재정난으로 파산 신청을 한 버진오빗(Virgin Orbit)에 이어 주요 우주 기업의 실패 사례가 또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21년 상장소형 발사체 선두주자 아스트라의 추락

아스트라는 미국 항공우주청(NASA) IT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크리스 켐프와 소형 발사체 기술 전문가 아담 런던이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알라메다에서 창업했다.

런던이 2005년 창업하여 NASA나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등과 협업한 우주 기술 기업 벤션스(Ventions)가 모태가 되었다.

주요 투자자로는 블랙록(Blackrock)과 ACME, 에어버스벤처스(Airbus Ventures) 등의 투자사와 세일즈포스 창업자 마크 베니오프, 디즈니 전 CEO 마이클 아이스너 등이 있다.

 2021년 7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인 홀리시티(Holycity)와 합병해 나스닥에 상장했다. 

아스트라는 미국 내 2개 지역에서 소형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임무를 목표로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진행된 DARPA ‘런치 챌린지(Launch Challenge)’ 최종 후보까지 올라간 바 있다.

민간기업으로서는 네번째로 발사체를 지구 궤도에 올린 기업이기도 하다. 자체 개발한 소형 발사체 ‘로켓 3.0’ 시리즈 중 하나인 ‘로켓 3.3’이 2021년 미 국방부의 시험 탑재체를 싣고 미국 알래스카 코디악섬에서 이륙, 초속 7.61km의 속도로 날아 목표 고도인 500km 궤도에 진입한 것이다.

이 발사체는 길이 11.6m, 지름 1.32m의 2단 발사체로, 액체연료엔진 ‘델핀’ 5기가 장착되어 145kN의 추력을 낸다. 최대 150kg의 페이로드를 실을 수 있다. 

이로써 아스트라는 스페이스X와 로켓랩, 버진오빗에 이어 네번째로 발사체를 지구 저궤도에 올린 민간기업이 되었다.

회사 설립 후 첫 로켓 발사에 성공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5년 1개월로, 6년 4개월이 걸린 스페이스X보다 1년 이상 빠르다. 

하지만 최근 아스트라는 이 같은 성취가 무색하게 어려움에 처한 모습이다.

로켓 3.0 시리즈 개발을 중단하고 보다 규모가 큰 ‘로켓 4.0’ 엔진 개발로 방향을 전환했다. 로켓 4.0은 길이 18.9m의 2단 발사체로 실을 수 있는 페이로드를 600kg으로 늘였다.

또 발사체 개발에 비하여 단기적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한 위성 추력기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2021년 6월, 전기 추진시스템 제조사 아폴로 퓨전(Apollo Fusion)을 5,000만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아스트라는 지난 8월 전체 인력의 25%에 해당하는 70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로켓 4.0 개발 인력 50명을 위성 추력기 부문으로 전환 배치했다.

덕분에 로켓 4.0은 일정이 늦어져 내년까지는 비행에 나서지 못할 전망이다. 

 

우주 스타트업 옥석 가리기 시작인가?

인력을 줄이고, 주식을 병합해 주가 부양에 나선 이어, 지난 11월에는 상장을 철회하고 비공개기업으로 돌아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초기 투자사인 JMCM홀딩스와 셰르파벤처펀드 II(Sherpa Venture Funds II)로부터 1,340만 달러의 자금을 긴급히 유치했다.

하지만 아스트라가 필요로 하는 1,500~2,500만 달러에는 미치지 못하는 규모라는 평가다.

아스트라는 로켓 3.0을 7번 발사해 2번 성공했다. 안정적으로 발사 임무를 반복 수행할 역량은 아직 보여주지 못 했다는 평가다.

스페이스X가 재활용 가능한 대형 로켓 팰컨9을 통해 저가의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을 장악해가는 가운데, 아스트라는 ‘실패해도 부담이 없을 정도의’ 저렴한 소형 발사체 서비스라는 당초 약속을 지키지 못 하고 있다.

벤처 투자 시장 위축으로 로켓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아스트라는 수요가 큰 중형 발사체와 위성 추력기 사업 비중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로켓랩이나 렐러티비티스페이스(Relativity Space) 등 소형 발사체 분야 경쟁사 역시 중형 로켓으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아스트라스페이스나 버진 오빗만의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주 통신이나 데이터 수집 및 활용 등 저궤도 활동을 기반으로 한 ‘뉴스페이스’ 붐을 타고 대거 등장한 우주 스타트업들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성 이미지 및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래닛랩스(Planet Labs)나 새틀로직(Sattellogic)이 직원을 각각 10%, 18% 줄이는 구조조정을 실시했고, 로켓 추진체 등을 개발하는 우르사메이저(Ursa Major)도 직원의 4분의 1을 해고하고 안정적인 정부 방위 프로그램에 대부분 인력을 다시 배정하였다. 시장이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않는 가운데, 투자 시장 위축으로 자금 조달이 말라붙음에 따라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우주 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최근 등장하기 시작한 우주 스타트업 역시 저궤도 위성 수요를 겨냥한 소형 발사체나 위성 관측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초소형위성이나 위성 부품에서 시작, 위성영상 서비스로 확장했고, 이노스페이스와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소형 발사체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후발 주자로 출발한만큼 악화된 상황에 대응하기 더 어려울 가능성도 크다. 기업은 돈 가뭄을 견디며 기술 개발을 이어가 새로운 시장을 찾고, 정부는 이들 기업이 활로를 찾도록 시장 가능성을 열어주는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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