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뻥튀기’ 스팩 상장 막는다...공시 강화·제도 개선 추진

  • 기사입력 2023.12.07 14:31
  • 기자명 이하나 기자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산경투데이 = 이하나 기자]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증시에 상장하는 기업이 미래 영업실적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추정하는 등 기업가치(합병가액) 고평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공시 강화와 제도 개선을 통해 ‘뻥튀기’ 스팩 상장을 막는다.

7일 금감원이 139개 스팩상장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평균 매출액 추정치는 571억원이나 실제치는 469억원으로 추정치에 비해 17.8% 미달했다. 평균 영업이익 추정치의 경우 106억원이나 실제치는 44억원으로 58.7%나 낮았다.

매출액 미달 기업의 비중은 평균 76.0%이며 영업이익 미달 기업의 비중은 평균 84.1%였다.

스팩상장 기업의 가치는 미래 영업실적을 현재가치로 할인한 수익가치와 최근 재무상태표의 순자산에서 조정항목을 가감한 자산가치를 가중평균해 산정한다. 자산가치는 재무상태표에 기반하므로 객관적으로 산정되나 수익가치는 추정된 미래 영업실적에 따라 크게 변동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스팩(SPAC)상장 기업인 바이오기업 A사는 특정 질환 관련 치료제 개발을 통해 향후 143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임상시험 등이 지연되면서 매출발생 예정일이 1년 이상 지난 후에도 관련 매출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스팩상장 기업인 B사는 콘텐츠 관련 수주 진행 중인 모든 건에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가정, 해당 사업부 매출만 346억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수주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빈발하면서 실제 매출액은 추정치의 10분의 1 수준인 35억원에 그쳤다

이는 장래 영업환경 등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해 영업실적을 추정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가치가 고평가되면 스팩 투자자에게 불리한 합병 비율이 적용되고 결국 투자자 피해로 연결되게 된다.

이에 금감원은 회계법인 평가이력 등 공시를 강화하고 상대가치 활용도를 높이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내년 1분기부터 회계법인의 스팩상장 기업 외부평가 이력, 외부평가업무 외 타업무 수임내역 등을 증권신고서 공시항목으로 추가하고 스팩상장 기업의 영업실적 사후정보가 충실히 공시되도록 작성 양식을 개선할 예정이다.

또 현금흐름할인법 등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상대가치가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외부평가 합리성을 높이기 위해 금감원은 회계법인과 실무간담회를 통해 미래실적 과다추정 사례를 전파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회계법인 자체적으로 엄격한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해 이해상충을 적절히 관리하는 등 평가업무의 객관성을 높이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 개정, 상대가치 비교공시 활성화 등 제도개선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미래 영업실적 추정의 근거가 충분히 기재됐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보는 등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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