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우주국방, 우주기업의 성장동력이 되다

  • 기사입력 2023.08.29 15:07
  • 기자명 박시수
▲원자력 추진체로 비행하는 우주선의 상상도. 록히드 마틴은 2026년 시험 발사를 목표로 원자력 추진체(nuclear thermal propulsion)를 개발하는 ‘드라코’(DRACO)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 DARPA

 

[산경투데이 = 박시수 우주산업 전문기자]

 

국방분야는 주요 우주기업들이 핵심 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군비경쟁(arms race)이 촉발됐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관계에 있는 미국과 중국이 우주국방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 국방력 강화를 위한 정부와 군의 투자 대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민간을 통한 발사체와 인공위성의 조달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지상 물체를 추적할 수 있는 차세대 SAR 레이더 기술과 인공위성의 자체 데이터 처리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반 엣지 컴퓨팅, 위성 전파 교란용 장비와 같은 차세대 우주무기를 민관군 협력으로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우주국방관련 투자는 지구를 넘어 달로 향하고 있다. 장차 달에 대한 개발이 본격화되면 달 남극과 같은 전략적 요충지에 대한 가치가 더욱 올라갈 것이고, 이에 대한 군사적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지구와 달을 연결하는 주요 궤도도 분쟁의 장소로 전환될 수 있다.

 

▲지구와 달 사이에 공간인 ‘시스루나’(cislunar)에 대한 개념도.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미군은 지구와 달 사이에 공간인 ‘시스루나’(cislunar)에 대한 감시역량 강화를 산업계와 협력해 추진하고 있다. 미 지리정보국(NGA)은 달에 GPS와 유사한 방식으로 달에서의 위치 추적 및 항법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달에 대한 안전하고 지속적인 탐사와 개발을 위한 사전 포석 중 하나다.

 

이 미션은 미 지리정보국과 NASA, 지질조사국, 우주군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고, 여기에는 민간이 개발한 심우주 통신 및 항법 기술이 응용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달에 다목적 인프라를 건설하기 위한 연구를 최근 시작했고, 현재 참여할 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다목적 인프라란 통신과 항법, 발전 기능이 하나로 통합된 장비나 시설을 의미한다.

 

DARPA에서 이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마이클 나약(Michael Nayak) 매니저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달 경제를 만드는 것이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라며 “이러한 최종 목표로부터 거꾸로 상황을 분석해, 자급자족하는 달 경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격차를 파악할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가 뛰어들고 있다"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세계 우주국방 관련 예산(빨강색). / 유로컨설트

 

우주국방에 대한 세계 정부 지출은 2017년을 기점으로 우상향하고 있다. 2017년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중 중국 견제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2019년 우주군을 재창설 했고, 우주국방 자산의 현대화를 위해 관련 예산을 꾸준히 증액했다.

 

우주국방과 관련된 전 세계 지출의 약 70%는 미국의 몫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기록된 우상향 흐름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미국이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경쟁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했고, 연쇄작용으로 일본, 프랑스, 영국, 호주 등도 우주국방에 대한 지출을 확대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에 위협을 느낀 다른 나라들도 우주를 포함한 국방예산을 크게 증액했다.

 

대만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과 무력 갈등에 대비해 영토 전체를 커버하는 위성통신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고, 현재 영국의 원웹, 룩셈부르크의 SES등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의 스타링크도 고려됐지만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친중 성향이라는 것이 문제가 되어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은 중국 미사일과 잠수함의 움직임을 전천후로 모니터링하기 위해 SAR 군집위성도 개발하고 있다.

 

대만 우주국 우종신(吳宗信) 국장은 지난 6월 현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내용을 공개했다. 군집위성은 중국의 주요 군사 기지 상공을 하루에 6회 지나가도록 설계됐고, 주요 관찰 대상에는 중국 하이난섬에 있는 잠수함 기지와 신장에 있는 핵미사일 저장소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산업 전문 컨설팅 업체인 유로컨설트(Euroconsult)는 우주국방에 대한 지출 확대가 2030년 초까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까지는 공공분야 우주지출이 국방분야 지출을 상회하고 있지만, 그 격차는 계속 줄어들어 2031년에는 공공분야 우주지출과 국방분야 지출이 50:50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육해공 통합작전에 필수적인 위성항법과 통신, 지구관측에 대한 투자는 계속 증가하고, 여기에 미사일 조기경보와 우주영역인식, 라디오 주파수 모니터링에 대한 투자 확대가 더해질 것이라 분석했다.

 

우주국방 주요 키워드

 

▲미국 스타트업 '오빗 팹'은 우주에 있는 인공위성에 재급유를 해주는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 / 오빗 팹

 

우주개발 선진국의 군과 주요 방산기업들의 동향은 우주국방과 관련된 기술, 산업적 트렌드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원자력이다.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을 더 오래 사용하고, 더 빠르게 먼 곳까지 보내기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록히드 마틴은 2026년 시험 발사를 목표로 원자력 추진체(nuclear thermal propulsion)를 개발하는 ‘드라코’(DRACO)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드라코 프로젝트는 NASA와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예산 5억 달러의 대형 사업으로, 록히드 마틴은 추진체 본체를 제작하고 원자력 관련 부품을 제작하는 미국 버지니아 소재 BWX 테크놀로지스가 동력을 공급할 원자로를 개발한다.

 

NASA는 원자력 추진체는 기존 추진체보다 연료 효율이 최소 3배 좋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미 공군은 2025년까지 방사선 동의원소를 이용해 만든 전기로 작동하는 인공위성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제노 파워 시스템즈(Zeno Power Systems)와 3,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제노 파원 시스템즈는 2018년에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핵물질 붕괴 시 발생하는 열을 전기로 변환하는 기술의 일종인 ‘방사성 동위원소 발전 시스템’(Radioisotope Power Systems)을 개발하고 있다.

 

원자력에 대한 관심은 미국 밖에서도 목격되고 있다. 러시아는 2030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핵 추진 예인 우주선(space tug)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 로스코스모스는 2020년 12월 예인선 예비설계와 관련된 계약을 산하기관인 '알스널 디자인 뷰로우'(Arsenal design bureau)와 체결했다.

 

계약금은 41억7,000억 루블이며 예비설계는 2024년 7월 28일까지 완료하게 되어있다. 유리 보리소브 로스코스모스 대표는 지난 4월 연설에서 예인선을 ‘제우스’라고 명명하며, 우선 정지궤도에 있는 우주쓰레기를 제거와 관련 연구 활동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우주국(ESA)도 원자력 기반 전기 추진 우주선 개발에 나섰다. 2035년 첫 비행을 목표로 체코 프라하대와 독일 슈투트가르트대, 독일 위성체계기업 OHB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우주 속 재급유를 비롯한 궤도 내 서비스도 방산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존 쇼(John Shaw) 미 우주군 중장은 최근 한 포럼에서 “우주에서 적극적으로 기동할 수 있는 인공위성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기동에 소극적인 현재의 위성 시스템으로는 의심스러운 적국 우주자산에 대한 근접 감시와 지속적 추적이 어렵다는 것을 강조한 발언이다. 그리고 쇼 중장은 위성의 적극적 기동을 위해서는 궤도 내 위성 재급유 서비스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위성 재급유에 특화된 스타트업 오빗 팹(Orbit Fab)은 2025년 미 우주군의 정지궤도 위성 ‘테트라-5’(Tetra-5)에 위성 기동에 사용되는 연료인 히드라진 50kg을 재충전하는 미션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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