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무리한 ‘통합카드’ 힘 받지 못하는 까닭

곳곳 잡음에 ‘내홍(內訌)’…외환노조 못 안으면 ‘명분 상실’

  • 기사입력 2014.09.29 11:30
  • 기자명 황병준

[산경투데이=황병준 기자]지난 2012년 1월 17일 금융위원회는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인수를 의결했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명실상부한 국내 '빅4' 금융지주 반열에 들어 선 것이다. 이로 부터 한 달 후인 2월 17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하는 조건이 담겨있는 2.17합의서를 작성했다. 이 합의서에는 통합 추진 시 사전 논의 등을 조건도 포함됐다.


하지만 지난 7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회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 의사를 내비치면서 조기통합 논의는 급물살 타기 시작했다. 이에 외환노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조합원 총회를 소집해 하나은행을 규탄했고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노조의 총회를 불법으로 규정. 참석자 전원을 징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갈등을 골은 급속도로 확대됐다.


여기에 지난 6월 검찰이 김승유 전 회장에 대해 '하나고' 무상출연과 관련해 은행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에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다시 재항고장을 검찰에 재출하면서 또 한 번 '하나고' 논란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하나금융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산경투데이>가 조기통합 홍역을 앓고 있는 하나금융을 짚어봤다.


지난 8월 19일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통합을 위한 양향 은행장 선언식'을 열고 두 은행의 조기통합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7월 3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조기통합 의사를 내비친 지 한 달 보름 만에 양 은행의 행장이 마주앉아 통합에 합의했다.


'일사천리'된 조기 통합 작전


두 행장은 선언문에서 “그 동안 두 은행은 직원들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통합에 대해 소통했고, 노조와도 성실한 협의를 위해 대화의 노력을 지속해 왔다”며 합병절차를 공식적으로 개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외한은행노조는 2.17합의서를 내세우며 즉각 반발했다.


2․17 합의서에는 5년간 독립경영 보장하고 통합 추진시에는 사전 논의 등의 조건이 담겨 있다. 이 합의서에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노조뿐 아니라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서명도 담겨져 있어 그동안 통합논의 때마다 합의서는 중요한 단서가 됐다.


하지만 김정태 회장은 최근 “2.17합의서는 영원불멸이 아니다”며 “10월쯤 조기통합 승인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10월 안에 양 은행은 조기통합 승인을 금융위에 신청할 계회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노조 입장에서는 하나금융이 일방적으로 2.17합의서를 묵살하려고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금융계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조기통합을 통해 은행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취지를 둘째치더라도 합병당시 양행이 서로 합의한 사항에 대해 양측의 합의가 도출되기 전에 헌신짝처럼 내치는 것에 대한 우려다.


노조 징계에 '전면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노조가 조기 통합에 대한 서로의 주장을 강력히 펼치던 가운데 외환은행 노조가 총회를 소집하는 과정에서 하나은행은 총회 소집을 이유로 자리를 비운 조합원 898명에 대해 징계를 하겠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양측은 다시 한 번 공방전을 펼쳤다.



노조 관계자는 “은행 측이 양 은행 조기 통합에 노조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게 되자 조합원 대량 징계 카드를 들고 나와 협박하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라면 대화는 더더욱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외환은행은 이번 총회를 주동한 핵심 관계자 29명을 대기발령조치하고 지점장 6명을 인사 이동시키는 징계를 단행했다.


지난 24일 외환은행노조와 외환은행장은 통합 논의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 했다. 이는 7월 초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조기통합 추진 의사를 밝힌 지 3개월 만의 일이다. 하지만 노조와 사측의 대화는 이렇다 할 진척을 가져오지 못했다.


외환노조 참석자 '전원징계' 방침에 '비난'…갈등 실타래 '어떻게'
217노사정 합의서 무엇, 김 행장 “노조가 거부”VS노조“명분 쌓기”



노조는 직원 징계 철회를 요구하고 사측은 “징계 인원과 수위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사측은 노조가 통합 논의에 응하면 징계 철회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만남에서 사측은 통합 논의 시작을 요구했다. 하지만 노조는 “통합 이야기를 꺼내면 대화가 어려워진다”며 사측의 제안을 거부했다. 통합 반대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외환은행은 이달 3일 지부 조합원총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직원 898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이 중 56명에게 중징계를, 나머지 800여명에게 경징계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노조원 징계 문제가 잘못 풀릴 경우 양 은행의 조기통합은 물론 노사 관계 전반에 대한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어 사측은 신중한 입장에서 대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야당 의원, “금융위 개입해야”


여기에 야당의 일부 의원까지 개입하면서 조기통합작업은 더욱 꼬여만 가고 있는 양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양 은행 조기통합에 대한 의사를 묻기 위해 노조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을 징계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하나금융지주와 사측은 징계를 철회하고 노조와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금융위도 노사정 합의의 당사자인 만큼 사측이 징계를 철회하고 노조와의 대화에 나서도록 적극 지도해야할 것”이라면서 “금융위에 이런 역할을 하도록 촉구하는 등 국회차원에서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김기준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박원석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시도와 외환조합원 대량 징계 사태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특별검사를 요구했다. 또한 조합원 대량징계를 철회하고 금융위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금융위도 이번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 작업에 난감한 상황이다. 하나금융이 이사회 의결을 통해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결정하더라도 결국 통합 승인의 최종 권한은 금융위 있다. 금융위는 양 은행 조기 통합에 대해 입장을 내고 있지는 않으며 노사 간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여러 번 공헌했다. 여기에 217합의 당시 금융위도 개입했기에 이제 와서 합의 자체를 무시하면서까지 조기통합을 승인하기도 여간 부담스러울 수 없기 때문이다.


협상 테이블 앉은 노사 '동상이몽'…갈등 결국 파국으로 치닫나
하나고 출연 논란 김승유 전 회장 불기소…민변·참여연대 '재항고'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217 합의서는 금융위 입회하에 작성된 것”이라며 “금융위 입장에서는 정부이 신뢰까지 허물면서까지 하나금융이 추진하는 하나 외환은행 조기통합을 승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금융위를 이끌고 있는 신 위원장은 “하나금융과 외환노조 간 대화창구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대화로 풀 것을 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승인을 전제 조건으로 하고 있다는 반론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나금융은 이번 조기 통합의 사태에 정치권의 움직였다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지만 이는 다가올 국정감사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일부 야당의원은 징계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국정감사의 주요 이슈로 작용하겠다고 압박하면서 근심은 더해가고 있다.


논란의 '하나고' 어떻게

최근 하나고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재현될 조짐이 불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 4명의 '하나고등학교 불법 출연' 혐의에 대한 검찰의 두 차례 불기소 결정에 불복해 지난 11일 서울고등검찰청에 재항고장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하나은행이 설립한 자율형 사립고인 하나고에 402억원을 불법 출연해 은행법을 위한한 혐의로 고발된 김 전 회장과 김정태 현 회장 등을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결정했다.


은행법 시행령이 지난해 7월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라도 공익법인일 경우 금융사가 출연할 수 있도록 개정된 만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민변과 참여연대는 검찰이 법령을 잘못 해석해 김 회장 등에게 면죄부를 준 것 이라며 지난 6월 항고장을 제출했고, 검찰은 최근 다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두 단체는 “항고 당시 사회공헌이라도 무상양도까지 면책하지는 않는다는 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검찰이 이를 고의로 무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나은행 임직원 자녀는 하나고 입학 시 특별전형 대상이 되는 등 이들의 행위에는 대가성도 있었다”면서 “검찰이 세 차례에 걸쳐 봐주기 처분을 내릴지 여부를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나고 지원 '대가성' 주목


논란이 되고 있는 조항은 지난해 7월 국무회의에서 금융사가 계열사 공익법인에 출연할 수 있도록 하는 시행령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가성이 있는 경우에는 금지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신입생 모집 과정에서 출연회사 임직원 자녀를 우대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나고는 전체 신입생 모집정원의 20%를 하나금융그룹에 근무하고 있는 임직원 자녀의 몫으로 배정하고 있다. 하나고의 신입생모집요강을 보면 이 학교는 전체 모집정원 200명 가운데 40명을 하나임직원자녀전형으로 뽑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하나금융그룹의 자금 지원이 대가성을 가질 수 있다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하나고 지원은 하나금융 임직원 자녀의 입학에 유리할 수 있는 대가성이 있다는 데에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회장은 지난 25일 강원도 횡성군 웰리힐리파크에서 진행된 하나금융그룹 통합비전캠프에서 “하나 외환 통합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마음을 회장인 제가 누구보다도 잘안다”며 “직원들 간에 감정적 불편함이 없도록 대화의 장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한 “이번 통합은 구조조정이 없는 아름다운 통합”이라며 “시너지가 많이 나는 통합이므로 여러분은 불안해할 것 없이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외환은행 노조 사태에 대해 사전 통합이란 단서보다 먼저 그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손을 내밀어야 하는 진정한 CEO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환은행의 노조원 또한 하나금융의 식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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