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지구 저궤도 시장 패권과 미국의 전략

  • 기사입력 2022.11.25 07:00
  • 기자명 박시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최근 “당신의 회사는 우주 전략이 필요합니다. 바로 지금”라는 글이 실렸다. /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제공

 

[산경투데이 = 박시수 기자] “당신의 회사는 우주 전략이 필요합니다. 바로 지금.”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이 발행하는 경영학 잡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최근 실린 글의 제목이다. A4지 16장 분량인 이 글은 지구상의 비즈니스와 우주 간에 접점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우주와 무관한 기업들도 전략적 안목을 갖고 우주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버드 경영대학 교수 5명이 공저한 이 글은 특히 인공위성 산업에 주목한다. 수많은 인공위성이 생산하는 데이터와 연결성과 급격한 발사 가격 하락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산업 전반에 ‘대 변혁’(revolutionize)을 일으킬 것이라 전망했다.

 

이 글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대 변혁의 주체가 되는 인공위성이 가장 많이 있는 곳은 지상에서 200-2,000 km 높이에 있는 지구 저궤도(low Earth orbit, LEO)다. 그만큼 경제적, 산업적 중요도가 큰 궤도라 할 수 있다. 통신 및 지구관측, 기술검증 위성 수천 기가 이미 지구 저궤도에 위치해 있고, 앞으로 수년 내에 이보다 더 많은 위성들이 이곳을 향해 발사될 예정이다.

 

▲저궤도(LEO), 중궤도(MEO), 정지궤도(GEO) 설명도.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등 우주개발 선진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에 있는 우주개발 후발주자들도 지구 저궤도에 초점을 맞춰 위성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너도나도 지구 저궤도를 목표로 위성을 발사하니 생긴 문제가 있다. 소위 궤도의 ‘난개발’이다. 그리고 이는 엄청난 양의 우주 쓰레기(폐 인공위성, 로켓 페어링, 부서진 위성 및 로켓의 파편 등) 양산으로 이어졌다.

 

관측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9200-9900톤 정도의 우주 쓰레기가 지구 주변을 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치로는 지름 10cm 이상 물체가 약 3만 4000개, 1-10cm 물체가 약 90만 개, 0.1-1cm 물체가 약 1억 2800만 개 정도다. 문제는 이 양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적 우주개발 열기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우주의 안전하고 지속적 사용을 위해 우주환경관리(space environment management)와 관련된 제도적, 기술적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 백악관 제공

 

이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저궤도에 가장 많은 인공위성을 운영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경제적, 군사적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 및 강화하려는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관련한 제도의 신설과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고, 미국 주도의 국제 이니셔티브와 UN을 통해 우주환경관리에 대한 국제 규범과 표준을 만들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2021년 12월 1일 백악관이 발표한 ‘미국 우주 우선순위 프레임워크’(United States Space Priorities Framework)는 미국의 이런 의지와 활동의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이는 바이든 정부가 발표한 첫 번째 우주정책으로 미국의 현 정부가 지향하는 우주 관련 정책과 목표가 포괄적으로 담겨있다.

 

이 문서에서 백악관은 우주에서의 활동과 관련해 “국제사회와 교류를 통해 규칙 기반(rules-based)의 질서를 확립하고 이를 강화한다”는 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어 “민간의 우주 교통관리(space traffic management) 역량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지구 저궤도에 있는 위협적 물체를 추적하고 그 수를 줄이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실천한다”라고 선언했다. 또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에 의거 과거에는 없었던 “비 전통적(non-traditional)”인 상업적 우주활동에 대해 정부가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방법으로 허가(authorization) 및 감시(supervision)하는 것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 정통적인 상업적 우주활동’의 예로 우주 속 서비스, 우주 쓰레기 청소, 우주 속 생산, 상업적 유인 우주비행, 우주 속 천연자원에 대한 확보 및 사용 등을 나열했다.

 

프레임워크 발표 후 미국 정부는 공개된 방향성과 목표의 달성을 위해 신속히 움직이고 있다. 가장 먼저 행동을 취한 곳은 연방통신위원회(FCC)다. FCC는 지난 9월 말 고도 2000 km 이하에 있는 인공위성을 대상으로 임무 종료 후 5년 안에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해 소멸돼야 하는 것을 의무로 하는 규정을 통과시켰다. 기존 규정은 25년으로 강제성도 없다.

 

▲지구 주변에 쌓여가는 우주 쓰레기의 양.

 

위성 폐기 시간이 5분의 1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향후 위성 제작과 운영 방식에 있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된 규정은 발표 2년 후부터 발효되며, 미국 국적의 인공위성은 물론 미국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위성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미국 주도의 우주 질서를 만들려는 노력은 지난 10월 12일 백악관이 발표한 최신 ‘국가안보 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번 전략은 2017년 트럼프 정부가 발표한 것의 업데이트 버전이다.

 

보고서에서 백악관은 “미국이 우주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할 것”이라며 “우주 공간의 지속적이고 안전한 사용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이라 했다. 우주와 관련된 새로운 국제규범 마련에 대해서는 “미국이 반드시(must) 주도권을 잡아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동맹과 협력하여 새로운 정책과 규정을 만들 것이고, 이를 통해 미국의 우주산업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게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중심의 우주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과 동시에 중국 및 러시아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인공위성 요격 미사일 시험(ASAT) 수행 방식

 

앞서 미국은 4월 18일 ‘인공위성 요격 미사일 시험(ASAT)’ 중단을 선언했다. 러시아의 깜짝 위성 요격 미사일 시험(2021년 11월 14일)으로 파장이 일은지 5개월 후였다. 당시 요격 시험으로 지구 저궤도에 1500개 이상의 우주 쓰레기가 추가됐고,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이들과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회피기동을 하는 등 요격 시험에 따른 피해는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ASAT 중단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나라는 미국이 처음으로, 발표는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직접 했다. 그는 “위성 요격 미사일 시험은 우주에 엄청나게 많은 우주 쓰레기를 생성한다”며 “이는 국제우주정거장에 있는 우주인뿐만 아니라 각국의 수많은 상업용 위성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위성 요격능력을 갖춘 많은 나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후 캐나다와 뉴질랜드, 일본, 독일, 영국, 한국, 호주, 스위스 등 총 9개국이 요격 미사일 시험 중단을 선언했다.

 

관련된 논의는 현재 군축과 국제안보를 담당하는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동맹인 영국의 주도로 작년 12월 우주공간에서의 위협을 줄이기 위한 워킹그룹이 출범했고, 2023년 8월 최종 결의안 도출을 목표로 현재 참여 국가들 간 의견 조율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11월 초 제1위원회가 ‘인공위성 요격 미사일 시험(ASAT) 금지’에 대한 결의안을 투표로 통과시켰다. 찬성 154개국, 반대 8개국, 기권 10개국이었다. 비록 구속력은 없는 결의안이지만 요격 시험 금지에 많은 나라들이 찬성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로, 앞으로 UN에서 관련된 논의의 진행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개발에 있어 미국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은 요격 시험 중단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9월 28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움직임이 “일방적”이고 “악의를 품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중국군은 “미국은 미사일 외에도 위성을 요격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이미 확보했다”며 “ASAT 금지는 자신(미국)을 더 강하게 하고 경쟁자는 약하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중국이 우주공간에서의 위협 감소에 완전히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중국은 미국과 군축(arms control) 회담을 통해 미사일을 포함해 위성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무기류에 대한 감축에는 동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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